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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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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날려먹고 다시 써보는 도보여행 팁
-준비를 잘하자
준비를 할 것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보면 의, 식, 주, 계획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의; 옷은 기능성이 짱이다. 보통 이런 여행을 계획할 때 겨울은 선택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게다가 겨울은 진짜 추천하지 않는다. 추우면 그냥 그 자체로도 개고생이다.) 그럼 봄, 가을은 대개 학기중일 테니 여름을 많이 고를 텐데, 여름에 한낮에 걸어보면 알겠지만 그냥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우리는 도보여행을 가는 것이라 짐을 싸들고 갈거다.(여분의 옷이나 신발, 세면도구, 물 등)그러므로 땀은 더 많이 나고 굉장히 더울 것인데, 이럴 때를 대비해서 땀이 잘 빠지는 기능성 옷을 준비하면 좋다. 신발도 굉장히 중요한데, 오래 걸어야 하므로 걷기 편하고 발에 잘 맞는 신발이 좋다. 신발 종류로는 아쿠아슈즈류를 추천하는데, 이는 발바닥에 통풍구가 있어서 통풍이 잘되고 혹여나 비가와도 물이 잘 빠지므로 계속 걸을 수 있다. 양말은 물집 방지를 위해 두툼한 스포츠양말을 추천한다. 걷다가 물집 잡힐 것 같으면 바로 쉬어줘라. 그리고 자외선 차단을 위해 모자, 토시 등 각종 소품을 준비하면 좋다. 나같은 경우는 모자하나 달랑 쓰고 갔었는데 인종이 바뀌어서 왔다.
식; 먹는 건 무조건 잘 먹는게 최고다. 나는 여비가 총 13만 2천원 이었기에(10만 2천+ 3만 2천(버스비)였으나 막판에 여관에서 자는 바람에 돈을 더 써야했다,) 하루 세끼를 끼니마다 초코파이 하나씩 먹고 하루에 라면 한 봉지를 먹으면서 걸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미친 짓이었다. 이렇게 먹고서 일주일을 버텼는데 살이 빠지긴 커녕 배만 드럽게 고프고 힘만 더 들더라. 진짜 돈 더 들여서 든든하게 준비해가거나 그 지역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사먹자. 먹는 거 줄이면 진짜 고달파진다.(그래서 다음엔 돈 많이 모아서 맛집기행 같은 거 한 번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물! 물이 진짜 중요하다. 적게 먹는 건 위장이 적응해서 일, 이주는 괜찮다고 쳐도 물은 그렇지 않다. 낮시간에 하루종일 걸어다니면 땀이 줄줄 흐르므로 항상 배낭에 여분의 물을 1.5리터 페트병에 준비해두자. 이온음료도 좋다. 포카리스웨트는 정말 맛있다. 아니면 파워에이드를 사시던지.
주; 자는 거.... 말이 필요없다. 의식주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거다. 물론 비박(텐트 없이 밖에서 자는 것) 일명 노숙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여자 혼자(물론 남자도 마찬가지임) 밖에서 잔다는 건 그냥 미친거다. 나같은 경우는 시골길을 걷다가 버스정류장(얼마나 쓸 일이 없는지 풀이 높직하게 자랐더라)에서 비박을 몇 번 했는데,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한 두 시간정도 자면 성공한거다. 게다가 위험도 위험이지만 애매하게 쉬고 일어나면 종아리며 허벅지며 어깨며 진짜 더 저리다. 쉴 땐 푹 쉬어줘야 한다. 안 그러면 진짜 몸 망가진다. 여비를 숙박에는 아끼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찜질방이 대략 6-8천원선이고 여관같은 경우 혼자 가면 2-3만원 선이다. 나는 조치원에서 4만원 바가지를 썼었다... 여관이 진짜 푹 쉬어가기엔 최고다. 남 신경을 안써도 되기 때문인데, 찜질방도 물론 목욕 시원하게 딱 하면 기분이 정말 좋지만 숙면이 잘 안된다. 난 진짜 이번 여행하면서 실제로 이갈이 잠버릇 있는 사람 처음으로 봤다. 여관이 채고시다. 물론 돈만 많다면.
계획; 이 모든 걸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단계. 하루에 얼마나 걷고 어디로 걷고 하는 등 동선을 잘 짜면 여행 반은 먹고 들어가는거다. 나처럼 계획 대충 짜서 가면 조치원 사태(컨디션이 떨어져서 더 걷기 힘든 상태인데 차까지 끊긴 시간이라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휑한 조치원에서 4만원짜리 바가지를 쓰며 눈물의 숙박을 한 사태)같은 일이 발생한다. 하루에 20-30km면 충분하다. 사실 20km를 넘기는 순간 많이 걷는거다. 보통 군대에서 교육할 때 사람이 시속 4km라고 가르친다는데, 그건 산술적인 수치고 인생은 실전이다. 나같은 경우는 3-4kg짜리 배낭을 메고 걸었는데, 진짜 10시간 12시간씩 걸어도 산술적으로 계산한 목적지까지 절대 계산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지도 앱같은걸로 도보경로 찍어보라. 2-3km 넘어가면 도보정보 안나온다. 왜 그럴까? 한번에 그만큼 걷는 건 컴퓨터도 추천 안한단 얘기다. 계획 짤 때 나를 과소평가 하는 것은 자신감이 부족한 게 아니라 현실 감각이 있는거다. 진짜 인생 실전이다. 내가 하루에 50km정도는 걷지 않겠어? 못 걷는다. 아니, 걸을 순 있으나 하루종일 걸어야하고 다음날 죽어날거다.
-기타 팁
*혼자가는 건 비추. 혼자서 밤길을 걷다보면 끝간데 없는 외로움이 몰려온다. 그래서 의지가지가 없는 나는 담배에만 의존했는데 내가 이 여행을 하면서 담배를 거의 하루에 한 갑씩 피우면서 갔다. 총 다섯 갑을 피웠는데 그러면 2700 x 5=13500원의 여비를 낭비한 셈이다. 이게 뭐야 진짜. 아직도 후회가 몰려오는 부분이다. 이 돈이면 찜질방 갈 돈에 보태서 여관에 가서 더 편한 잠을 자거나 맛있는 식사 한 끼 배부르게 할 돈이다. 진짜 아직도 후회막심.... 그리고 만약 혼자 걷다가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런데 나 혼자라면? 나같은 경우는 무리한 일정 단축으로 체력이 고갈되고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까지 찾아왔었는데, 혼자 아프니까 정말 서럽더라. 물론 혼자가면 남들 컨디션이나 멘탈에 맞춰야 할 부담은 줄지만 인생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혼자하면 막판에는 진짜 외롭다.
*밤에 걷는 건 비추. 나는 해가 떨어진 뒤에 걸으려고 했었는데 이건 진짜 잘못된 생각이었다. 물론 서울까지만 해도 한밤중에 걷든 새벽에 걷든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져있고 딱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걸을 수 있는데, 수도권을 벗어나는 순간 컴컴한 밤길이 나를 반긴다. 진짜 쉴 곳도 없고 컴컴한 오밤중 국도에 차도 안지나가고 앞으로 시내에 들어가려면 20km는 걸어야하고.... 이러면 진짜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다. 어두우면 표지판도 잘 안보일뿐더러 무섭다. 무섭고 불안하고 나는 이미 담배를 꺼내고 있고.... 악순환이다. 그러니까 해가 지기 전에 시내에 도착하는 루트로 짜두고 어둡기 전에 시내에 닿기가 힘들 것 같으면 히치하이킹을 하던지 콜택시를 부르던지 버스를 타라. 나같은 경우는 내 몸에서 내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땀 냄새도 심하고 내가 걷기로 한 길 내 발로 걸어가겠다는 고집으로 우겨서 걸었으나(그러나 결국 동탄에서 천안까진 컨디션이 진짜 별로라서 지하철을 탔다.) 융통성을 발휘하자. 도보여행이라고 반드시 걸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무리한 계획은 비추. 자꾸 쓰다보니 비추만 쓰게되는 데 내가 했던 실수들을 곱씹다보니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만 떠오른다.... 하여튼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하루 20km 걸어도 진짜 많이 걷는 거다. 국토대장정도 아마 하루에 20-30km 걸을거다. 걔네 쉬는 거 봤나? 길바닥에 누워서 죽을라고 한다. 나는 40km가까이 걸었지만 그런 적은 없다. 이건 내 자랑이 아니고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다 이렇게 된다. 어디 기댈 데가 없으니 항상 긴장하고 믿을 건 내 두 다리밖에 없고 오늘 안에 목적지까지 걷지 못하면 나 혼자서 뭐 어쩌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퍼질래야 퍼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피로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그저 피로에 둔감해지는 것일 뿐 오히려 나중에 긴장이 풀렸을 때 고통이 한꺼번에 몰아친다. 그러므로 별로 안힘든 것 같다고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지 말자.
*자잘한 물건들을 잘 챙기자. 내가 토요일 밤에 걷다가 물집이 잡혔는데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나 밴드라도 붙이려고 약국에 갔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안 열더라. 여기서 하루 더 지체하긴 아까워서 그냥 챙겨갔던 커터칼날을 라이터로 지져서 물집을 째고 연고를 바른 뒤 그 위에 티슈를 댄 다음 절연테이프로 둘둘 감았다.(아직도 내가 왜 칼과 절연테이프를 챙겼는지는 의문이다.) 하여튼 비상시에 쓰일 물품을 챙겨가는 건 중요하다. 칼이나 가위 따위의 날붙이를 챙겨두면 꼭 쓸 일이 있긴 하더라. 약품도 소중하다. 도로한복판에서 넘어졌다거나 부딪혔다거나 해서 까질 수도 있으니 연고와 반창고는 있으면 요긴하다. 발바닥에 3M 테이프형 종이밴드를 감아두면 발바닥이 덜 스쳐서 물집이 잘 안잡힌다. 추천.
*술, 담배는 삼가자. 이 둘은 몸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풀게하는 독이다. 진짜 걷다보면 걍 술이나 진탕 먹고 누워서 하루 종일 자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혼자 걷다보면 사람이 정말 그리워서 그렇기도 하지만 술을 입에도 안대고 대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먹진 말자. 정 먹을 거면 푹 쉴 수 있을 때 적당히 먹자. 먹고 싶은거 너무 안먹어도 스트레스다.
*내 체력을 잘 파악하자. 내가 평소에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 알면 좋지만 나처럼 평소에 움직이는 거 진짜 싫어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운동량을 뙇 올려버리면 무리가 올 수 밖에 없다. 출발 전에 내가 얼마나 걸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십만원짜리 대장정을 마치며
이번에 13만 2천원을 들고 패기롭게 서울부터 무주까지 가겠다고 7월 3일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한 여행은 7월 9일 대전에서 끝이 났다. 루트는 대략 쑥고개-남산-공릉-(지하철)-양평-안양-군포-수원-오산-동탄-(지하철)-천안-조치원-세종-대전의 경로로 이동하면서 대략 200km가량 걸었다. 목표치는 무주까지 대략 300km였으나 일주일만에 돌파하기란 무리였다. 여비는 대전에서 몽땅 써버렸다. 조치원에서 4만원이 뭉텅 나가버렸으니....
일주일 남짓되는 짧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자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1)사람 만나기 무서워서 도망치듯 택한 여행은 오히려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키워줬다. 참 오묘했다.
2)내가 기댈 자리가 없다는 것. 마음껏 어리광 부리고 약한 모습을 보여줄 자리가 없다는 것. 그건 지금까지 내 삶과 다르지 않았다. 나에게 기대서 쉬어갈 자리는 누군가의 옆이 아니라 내 방구석이었으니까. 그래야 내가 안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남에게 약해보이고 싶지 않다. 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 하는 강박관념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있다. 물론 나는 어떤 계기로 바뀌지 않는 이상 항상 이런 사람일 것이며. 이번 여행은 단지 그걸 피부로 느끼게 하는 단편적인 사건이었다.
3)난 담배끊기 글렀어. 그냥 안들키게 피는 거지.
- 2013/07/1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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